2009년 6월 26일 금요일

최고의 작품

모든 진흙덩이가 그렇듯 아름다운 그릇이 되어
왕궁의 식탁이나 부잣집 장식장에 오르는
것이 내 끔이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들의
토기장이가 이 나라 최고의 장인이란
것이었다. 그가 만든 그릇들은 거의 다
왕궁이나 부잣집으로 팔려나갔다. 어느날
토기장이가 나를 반죽하기 시작했다. 나는 흥분 되었다.
멋진 그릇으로 태어날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이상했다.그가 빚는 나의 모습은
이전과는 전혀 달랐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주둥이에 유난히
넓은 손잡이 .....


나를 지켜보는 다른 진흙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난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불가마에서 나온 내 모습은 절망적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완성되자마자 나를 품에 안고 어디론가 뛰어갔다.
도착한 곳은 어느 가난한 농부의집이었다.

아무리 나를 이렇게 헐값에 팔려고 했어도 그렇지.
차라리 바닥에 떨어져 내가 없어졌으면 했다.
그러나 농부를 보는 순간 난 너무 놀랐다.그 농부는
두 손이 잘린 사람이었다.그래서그는 보통 그릇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토기장이는 이를 알고 이 농부를 위해
손대신 두팔로 들 수 있는, 나처럼 생긴 그릇을 만들었던
것이다. 나를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는 농부에게 토기장이가
말했다.

"더 고마운것은 나요।내가 질그릇을 만들면서 이렇게 기뻤던
적은 처음이요. 이그릇은내 최고의 작품이요"토기장이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 나라는 사실을 난 그때 깨달았다.나를
빚던 토기장이의그 따뜻한 손길을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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